Cynthia Rylant,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

오늘 남경군이 낮잠을 자기 싫어해서 "엄마가 책 읽어줄게"로 꼬셨다.
왠만해선 책 읽어주기도 귀찮아하는 게으름쟁이 엄마이기 때문에
남경군은 반가워서 얼른 베개에 납작하게 누워서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나의 우물거리는 발음을 다 이해하고 있는지는 알수가 없지.

이 책에서 매번 부러워하게되는 내용들이 참 많다.
아빠가 아들을 데리고 낚시여행을 떠나고,
아들은 하늘을 보면서 감동하고 벅찬 마음으로 잠이 들고
둘이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이런 부자관계, 좀 부럽지 않은가.
옆에서 보면 엄청나게 뿌듯할 것 같다.
오라방, 좀 해주면 안될까나.

그리고 두번째로 꼽을 수 있는 내용은
엄마가 아침준비를 하면서 "나직나직"내는 목소리
(나는 항상 버럭버럭 저리로 가지 못햇 이런 소리를 지르며
조바심을 내며 아침을 준비한다)
그리고 정원을 가꾼다던가, 계절에 맞추어 음식을 한다던가 하는 것.

무엇이건 다 마음 먹기에 달려있을텐데,
그것을 시도하기란 그렇게 쉽지가 않다.
부엌에서 뭐만 하면(심지어 쌀 씻어 밥 짓는 그 단순한 시간에도)
남경군은 옆에서 "엄마 그러면 안돼(일하면 안되고 자기랑 놀아야한다는 거지)"하면서
점점 언성을 높이고,
자인양은 뭐 끌어내릴 것 없나 고민하다가 싱크대 문을 열어젖히고
온갖 그릇이며 양념통을 꺼내놓거나 저지레를 못하게 하면
내 다리를 부여잡고 엉엉 울고.
그 사이에 나도 마음이 조급해져서 내가 지금 뭘하고있는지
다음에 뭘 해야하는지도 치매할머니처럼 까먹고 있고 그렇다.

어떻게 생각하면 차분히 마음먹고 느릿느릿하면
지금도 그런 생활, 가능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라고 생각하면
나중에 아이들이 커도 나는 이렇게 조바심만 낼 것이라고 결론이 내려지고
또 씁쓸해진다.

매번 이상과 현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나와 게으른 나의 괴리는
참 좁히기가 힘들다.

뭔가 저 속에서부터 갈아엎고 싶다.

by 쥬브 | 2010/08/20 14:45 | 트랙백 | 덧글(0)
음악 좀 듣는 아이.

Telepopmusic_Breathe(Markus Nikolai mix)

아침에 설거지를 하다가
(나의 모든 공상들은 거의 설거지를 하면서 이루어지는 듯)
갑자기 일할 때 자주 어울리던 K피디가 생각났다.

Stevie Wonder의 Happy Birthday 노래와 함께,
세진빌딩 옥상에 리시안셔스를 한 송이씩 계단마다 꽂아놓고
포터블 플레이어로 (그때는 아이팟도 없을 때)
씨디를 구워서 음악을 틀어놓고
수박칵테일 등을 만들어서 흔들거렸더랬지.
생일의 주인공은 지금은 혐오하게 되었지만,
그때의 기억은 좋게도 남아있다.

특히 그 리시안셔스.

그 K피디는 항상 여자 다섯만 있는 회사 모임에 들어와서
당당하게 여자 다섯의 기분을 매우 하이퍼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었다.
음, 남경군이 그런 남성으로 컸으면 좋겠군, 하고 생각했고
사실은 나도 어디에 가져다놓아도 주목받고 다른사람들의
분위기까지 절로 띄워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랬단 말이지.

여하튼 나는 K피디와는 일할 것이 없어서 뭐 말 해본적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살갑게 말이라도 붙일 수 있는 성격의 사람도 아니고.
그래도 그날의 편집씨디를 appreciate해준사람이 K피디였고
음악에 덩실거릴때면 호흡이 엄청 잘 맞았던것도 그.
숙제에 참 잘했어요 도장 찍힌 아이처럼
K피디가 선곡 죽이네, 이 음악은 뭐지?하고 물어보면
모기만한 소리로 뭐뭐에요 하고 곡 제목만 대답했더랬지.
사실은 이사람이 어쩌구 저사람이 어쩌구 이거 들어보실래요?
이런거 하고 싶었으면서.

20대의 나는 "음악 좀 듣는 아이"로 인정받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래서 거의 허덕거리며 이것 좀 알지, 저것 좀 알지, 으쓱거리고 싶었고.
그런데 깊이 들어갈수록 약해지는게 나의 한계인지라,
나보다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느낄 줄 아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면
여지없이 풀이 죽어서 wallflower가 되곤 했더랬지.
참. 그럴 필요 없는데.
그거, 다들 잘난척 할 줄 알아서 그런 거였다. 사람들은.
내가 좋아서 듣는다는데 뭐 어쩐다고.

그래, cafe24의 채팅방에서도, 락사우나에서도, 회사에서도, 회식에서도,
공연장에서도,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self-conscious한게 바로 나였다.

끊임없이 나의 행동에 대한 반응을 체크 체크 체크.
그리고 누가 정의내려주거나 공감해주거나 칭찬해주면
휴,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내 행동에 대한 반응이 없으면
그냥 무너져버려 열등감 속으로 다이빙하던게 나.

지금 애 둘 엄마가 되었는데도 그런 모습이 언뜻 언뜻 보인다.
남경군 미술학원에서 1시간 남짓 엄마들이 가득한 응접실에서 기다릴때,
나는 다른 엄마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체크한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신발을 신었고,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대하는지.
그리고 자인양을 메고 서성이는 나를 볼때는 어떤 눈으로 보는지 체크한다.

아 이런 것 정말 싫은데.
이제는 CCTV말고 핸디캠이라도 되고싶단말이다.
주절대자니 끝도없구나.
by 쥬브 | 2010/07/27 15:38 | 트랙백 | 덧글(0)
what's wrong with some extravagance?
얼마전에 코스트코에 소풍같은 쇼핑을 갔더랬다.
나는 그냥 구경만 해야지, 하고
현금은 조금만 가져갔더랬는데,
이것이 왠걸.
여기저기 구미를 당기는 물품들이 있어서 get하다보니
가져간 현금이 모자랄 정도로 소비.

그중에 가장 망설이던 아이템은 바로 좌측에 있는 Martinelli's 100% apple juice.
(사진은 구글이미지 검색으로 퍼온것.. 인형도 예쁜 센스쟁이가 올린 것 같다)
무거울 것도 같고 너무 많을 것도 같고 유리병이 거추장스러울 것도 같고.
또 한편으로는
바로 그 유리병이 너무나 예뻐서 뒤돌아서면서도 가지고 싶었던.
친구 Y가 반으로 나누어주겠다고 해서 고민없이 가져왔으나
계산하고 나니 친구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다는 명목하에
24병을 모두 나의 장바구니에 실었다.

어른들의 눈에는 주스보다 유리병 값이 더 들겠네, 하면서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는 아이템일 것이다.

그러나
하루종일 집안에 콕 박혀서 저녁즈음이면 옷이며 머리며 다 흐트러져도 모르게 뒹구는
24시간 직업엄마에게는 이러한 사치가 필요한 것이다.
냉장고를 열고 병뚜껑을 돌려 열고 한모금 맛보고 피식, 웃을 수 있는 그런 사치.
3만원으로 24병. 그정도 즐길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누군가는 나에게 아직도 정신 못차린 어린아이로구나, 라고 핀잔 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은 저런 유리병을 보고도 즐거워할 수 있는 마음이 남았다는 것이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by 쥬브 | 2010/07/13 14:06 | monologues | 트랙백 | 덧글(4)
약발은 일주일.
외출의 약발은 딱 일주일 가는구나.
오늘 아침부터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밤새 남경군이 짜증을 내면서 잤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제부터 이유없이 아픈 아랫배 때문일 수도 있고
심지어 김치찌개가 싱거운 것까지 짜증이 난다.

초콜렛이라도 있었으면. 
by 쥬브 | 2010/06/24 08:14 | 트랙백 | 덧글(2)
자인양 펠트슈가케익 모형
자인양 돌 케익.
인터넷에 떠도는 펠트 슈가케익의 노하우를 두개 합하여 만들었다.
글루건 사용을 너무나 싫어하는지라
앗뜨거 손벌벌을 연속으로 2박3일했더니 완성.

3미리 펠트와 쵸키 가위는 진정 완소 아이템.
그리고 디웨이의 피치핑크 디펠트도.
일주일동안 방안에 숨겨두고 혼자 흐뭇해한 철모르는 엄마.
by 쥬브 | 2010/06/23 21:17 | monologues | 트랙백 | 덧글(2)
나의 인생 나의 기타 (The Guitar, 2008)
나의 인생, 나의 기타 (The Guitar)

용식군의 강추로 보게 된 영화.
아가들의 방해공작때문에 띄엄 띄엄 보아서 애만 타게 만들었다.

그녀의 펜더 기타,
그리고 삶의 끝에 내몰렸을 때 이룬 그녀의 꿈.
방안을 채운 번쩍거리는 마샬 앰프들과
빨간색 펜더 기타를 안고 어쩔줄을 몰라
하울링만 나는 그 공간안에서
마치 소중한 아기를 안은듯이
서성 서성 춤 같은 것을 추던 그녀.

머리를 뒤로 묶은 평범한 직장인, 게다가 채식주의를 택한 것은 어쩌면 세상에 맞추기 위해서 자신을 버린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을 버린 그녀에게 세상이 준 것은 생각하기도 싫고 생각할 수도 없는 2개월의 시한부 인생.

그녀를 둘러싼 여남은 의사들이 물어본다.
"무엇을 바꿨나요?"
모든 것을 잃기도 했고 모든 것을 얻기도 한 그녀가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며 대답한 말.
"모든 것을 바꿨어요."

모든 것을 바꾸고 자신이 하고싶은 대로 하며 살은 것이 그녀를 살게 했다. 펜트하우스에서도 쫓겨나서 거리에 서성이던 그녀가 밴드에게 픽업되어 공연장에서 연주할 때의 모습은 정말로 자유롭고 진정한 영혼이 살아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경직된 구석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나도 어렸을 때는 시한부 인생을 잠깐씩 꿈꿔보기도 했다.
물론 진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너무도 같잖은 태도이겠지만.
내 삶이 얼마 안남았다면, 주변의 모든 것을 버리고 나 자신 그대로
내가 하고싶은 것 모두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빨간 펜더기타를 샀듯이 나도 Rhodes를 샀다.

나의 Rhodes도 나를 구원해주길.
by 쥬브 | 2010/05/20 19:31 | 트랙백 | 덧글(1)
절대적 타인
이렇게 아슬아슬한 탑의 난간 위에서도
두 손을 잡는다면 불안하지 않을 사람.

절대적인 타인을 만나고 싶었고,
어느 때라도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런줄로만 알았고 그래서 결혼을 했더랬지.

그런데 정말 이 세상은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점점 더 또렷이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몸 하나 옴짝달싹 할때마다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것은
예전에 일을 할 때보다 더해졌다고 볼 수 있고
주변에서 그래 너 참 대단한 일 한다고 격려해주는 말들은
점점 더 줄어들어서 기운도 안 난다.

여기저기에 구걸하고 힘들다고 애원하고
결정적으로 나의 절대적 타인에게는 그 말도 못하고
내가 힘들다고 말하는게 누가되지는 않을까
걱정만 되어서 그냥 입을 꾹 다물고 만다.

나는 대체 어디에 기대어야 하고 어디에서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까.

오늘도 아침부터 기분이 안 좋았다.
아마도 어제 큰맘 먹고 알아본 아파트 단지내의 어린이집에
남경군을 보내지 말라는 오라방의 말 때문이 크겠지.
어제 못만난 아빠의 마음은 알겠지만 아이들이 깨기도 전에
그것도 너무 이른 시간에 문을 일부러였는지 벌컥 열고
애들 잠을 다 깨워놓고 하루종일 잠에 시달려 찡찡대게 만들고는
그 뒷감당은 내가 다 해야한다.

너무도 기분이 울적해서 풀어보고 싶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도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풀리지는 않는다.

지난주에 걸려버린 몸살감기는 나를 계속 괴롭히고
잠잘때 아이들이 깰까봐 긴장을 하고 잔 탓에 목은 뻐근하고
자인양이 계속 깨어서 안아 재우다가 손이 어떻게 되었는지 
주먹쥐기도 힘들고...

게다가 서로 힘들다고 투덜대기만 하는 서로의 모습이 너무 싫다.
왜 꼭 어디에 기대야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런 내 모습도 싫다.
나 좀 보아달라고, 나 좀 위로해달라고 애걸복걸하는 모습도 싫다.

이렇게 쌓여버린 마음을
오늘 또 남경군에게 소리지르고 때리면서
폭발시킨 것 같아 그것도 미안하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by 쥬브 | 2010/05/11 14:31 | 트랙백 | 덧글(0)
나의 마루에 앉아있는 로즈.
나의 마루에 떡하니 놓여있는 로즈.
45킬로에 육박하는 이 놈을 여자 둘이서 옮기고 다리 끼우느라 정말 고생했다.
이 때는 앰프를 기다리느라 목이 빠졌지만, 지금은 아가들때문에 낮에 연습이 힘들어서
헤드폰을 끼울수 있는 잭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사하느라 대체 어디에 박혀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앰프는 진공관이 들어있는 Champion 600으로 구매하였고 케이블은 서비스로 받았다.
역시나 사랑스러운 소리를 내는 나의 로즈.
아가들이 힘들게 할 때 한 번 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게 되어버린다.
비록 남경군이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시끄러 하지마 무서워 엄마바보 등 갖은 핀잔을 주지만.

지금은 밥아저씨 주제곡이나 토마스 노래 따위를 치고 있지만 (남경군 때문에)
친정에서 가져온 Pat Metheny Song Book에 있는 Letter from Home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비교적 난해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음원도 친정에 있는데 뭔가 머리 속에서 왔다갔다 한다.
난 언제쯤 할 수 있을까 즉흥연주.

오늘 남경군 낮잠재우기용으로 읽어준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에서는
원체 유아 때에는 모든 것을 즉흥연주로 시작하는데
제도 교육으로 들어가면서 그 즉흥성과 창의성은 사라지고
형식적인 틀에 맞추어 "잘" 연주하는 것에만 치중하게 되어버린다고 했다.
아 그야말로 가슴을 치게 만드는 이야기.
나는 이미 굳어져버렸고, 우리 아이들이라도 틀 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말고
즉흥연주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되길 바랄 뿐이다.
by 쥬브 | 2010/05/05 23:28 | monologues | 트랙백 | 덧글(2)
Rhodes Mark 1 on the move...

드디어 나의 로즈가 국내에 반입됐다.
통관하고 배달을 기다리고 있는 나의 로즈...

앰프가 없는 몇 일을 기다리기가 힘들까봐
앰프를 미리 사려 했더니 케이블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데다가
용식군이 추천해준 fender frontman 25R을 파는 판매자의 샵에 들어갔다가
진공관이 들어있다는 fender champion 600을 봐버려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렇게 행복한 고민! ㅋ)


전자는 19만원에 25와트


후자는 약 36~40만원에 5와트

후자는 헤드폰 꽂는 단자도 없고 이펙트 넣는 것도 없지만
자꾸자꾸 땡긴다. 디자인때문에 아마 더 그렇겠지. ;

제발 나에게 답을 주시오-

by 쥬브 | 2010/04/27 23:40 | 트랙백 | 덧글(0)
주말, 내가 초라해 보이는 이유.
극소수의 사람들-이라면 온리 세원언니 ㅋ-만 보는 이곳에
오랜만에 넋두리 일기나 써보려 한다.

오늘은 일주일만에 오라방이 오는 날.
뭔가 마음을 새로이 하려고
오라방을 위해 예쁜 토마토와 생모짜렐라,
세원언니의 레서피에 따른 포도주스식초소스를 준비해놨다.

아가야들이 잠든 시간에 도착한 오라방.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해야지, 하는 나의 바램과는 달리
아무 말도 없이 무뚝뚝한 부부.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또 쯧쯧거리며 리모콘을 찾는다.
또 채널서핑만 하려그러지? 하면서 리모콘을 안 내어주려 했는데
역시나 내 등뒤에서 그걸 찾아내서는 열심히 서핑만 한다.
지현우와 이보영의 설레는 사랑장면이 나오려했는데
아 정말 기분 깨.

오랜만에 아가들을 보는데도 오라방은 그리 같이 놀고싶지 않나보다.
저녁 준비를 하려고 나는 부엌으로 가고 오라방에게 두 아가들을 맡겨 놓았더니
자인이는 보행기에 들어가있고 남경군은 안방 베란다에서 일 저지르고 있고
오라방은 또 누워서 티비만 보고있다.

밥도 후다닥 먹고는 또 티비 앞으로.
남경군은 빠빵 사온다던 아빠가 저렇게 누워만 있자 영 심기가 불편하고
나는 아침부터 엄마가 쌓아놓고 간 설겆이 때문에 저녁먹을 숟가락이 없어서 또 영 심기가 불편하고
자인양은 아빠가 자기를 보행기에 넣어놓고 놀아주지 않아 영 심기가 불편했다.

결국 또 두 아가와 나는 마루에서 놀고
오라방은 안방에서 티비만 보다가
가서 자야겠다면서 저녁먹고 휭 하니 가버렸다.

이삿짐이 들어오는 날에 바로 집으로 오지 않고
주말에 시간 많을 때 짐 가지고 집으로 오겠다는 오라방.

근 두 달을 헤어져 살았으면 두 아가들과 아내와 하루라도 빨리 같이 생활하고 싶은 것이 제대로 된 생각 아닐까?
자기 직장 바로 앞에서만 다니겠다고 해서 시댁에 가 놓고서는 코앞에 있는 집으로 안오고 이태원에서 몇일 더 있다가 온다는 의도는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나는 왠지 집을 지키고 있는 식모 정도가 된 것 같아
내 자신이 매우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오면 섭섭하다고, 내가 말하는 것이 맞는 걸까.
그래봤자 이건 이래서 불편하고 저건 저래서 불편하고,
어차피 자기가 있어봤자 도움도 안되고
자기는 아가들이 잠든 후에 들어올 것이라는 둥
그런 말들을 듣기 싫어 말도 안꺼냈다.

그렇게도 모를까.
아니면 그렇게 철저히 이기적으로 자라나서 그런걸까.
아니면 내가 그렇게 사랑받을 가치도 없는 인간인걸까.

요즘 진짜 힘빠진다.
이래서 결혼을 하게 되면 여자들이 물건에 집착하게 되나보다 싶어졌다.
위안을 줄 수 있는건, 내가 믿고 살아야 할 남편이 아니라 내가 돈 주면 살 수 있는 물건들이니까.

by 쥬브 | 2010/04/18 01:04 | monologues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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